외부칼럼 >

[차관칼럼] 혁신과 공정의 인프라 완성을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차관칼럼] 혁신과 공정의 인프라 완성을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작년 12월 29일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지 40년 만에 전부개정 됐다. 1980년에는 독과점 심화와 물가 불안 문제를 시장기능 활성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정거래법 제정의 동력이었다면, 2020년에는 공정경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이 모아져 전부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라는 시대 요구에 따라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올해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법률의 시행에 발맞추어 시행령도 전부개정 과정에 있다. 큰 방향은 이렇다. 첫째로는 공정경제에 기초한 혁신성장 구현이라는 개정법 취지를 하위법령에서 온전히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시장참여자들의 입장에서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장규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뿌리내릴 수 없는 제도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 대원칙 하에 경제단체, 시민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거쳤고 초안을 마련하여 이달 초 입법예고 했다.

주요 변화를 소개해보겠다. 먼저, 대기업의 여유자금이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했다. 벤처지주회사로 인정받기 위한 자산총액 기준을 5천억 원에서 3백억 원으로 대폭 낮췄고, 그 자회사에 R&D 규모가 연간 매출액의 5% 이상인 중소기업도 포함될 수 있게 했다. 또한, 개정법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도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또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게 됐는데, 이들 창투사 또는 신기사가 펀드를 조성할 때에 자금의 40%까지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40%는 법에서 정해놓은 허용한도의 최대치다.

혁신을 저해하는 경쟁제한행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기준도 구체화했다. 당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가능성이 커서 향후 경쟁사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신생기업을 기존 독과점사업자가 거액에 인수하더라도 여태까지는 기업결합을 신고할 의무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안에서는 거래금액이 6000억 원 이상이면서 판매규모나 연구개발금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기업결합 심사대상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했다. 나아가 개정법률은 사업자들 간에 정보교환 합의를 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했는데, 이러한 정보교환담합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정보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상품·용역 원가, 출고량·재고량·판매량, 상품·용역 거래조건 또는 대금·대가 지급조건으로 구체화 해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에게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국외 계열회사의 일반현황, 주주현황, 계열회사 출자현황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공시대상에는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외계열사와 국내계열사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출자하고 있는 국외계열사가 포함된다. 또한,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일정 규모 이상 거래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하도록 했다. 친족분리된 회사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하여 친족분리제도를 악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감시체계를 보완했다.

마지막으로, 편법적인 경제력 집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집단규율을 과감히 완화했다. PEF의 경우 투자대상기업을 일시적으로 지배하면서 그 가치를 높인 후 되판다는 특성을 감안하여 PEF 관련 회사와 피투자회사로만 구성된 집단은 대기업집단 지정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자산총액이 100억 원 미만인 소규모 비상장회사에 대하여는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의무를 면제했고,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임원이 독자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를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할 수 있는 요건도 완화해 제도 활용을 위한 문턱을 낮췄다.

모든 경제주체에게는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정당한 노력에는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독과점 기업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가격과 품질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더 클 수 있고, 더 건강해질 수 있다. 그 토대가 될 새로운 공정거래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 소통하면서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